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일기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 있어 진실로 필요한 것은 무엇을 인식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아는 것이다. 중요한 일은 나의 사명을 아는 것이다. 즉 하느님께서 나로 하여금 무엇을 하게 하시려는가를 아는 것이다. 내가 기꺼이 그것을 위해 살고 또한 죽을 수 있는 진리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다가 가야할 근원적인 삶의 지향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삶 속에서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청하는 우리는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의회를 소집하고 드디어 예수님을 죽일 음모를 꾸밉니다. 자신들에게 분명 필요한 분임을 알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 행하신 것과는 다른 것이기에 원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인식하는 것에는 상당히 빠르게 계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행하지 않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여기서 인간적인 것과 신앙적인 것이 대면하게 되고 투쟁을 벌이게 됩니다. 이 투쟁에서 과감히 신앙의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역시도 예수님을 또 한번 십자가에 못박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제 내일부터 시작되는 성주간에 우리는 사순시기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며 부활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내 마음 안에 들어와 앉아있는 인간적인 욕심에 나를 내어 맡기기 보다는 나를 조금 더 희생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는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그 희생은 우리에게 부활의 참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체험하게 합니다. 또한 그로 인해 진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진리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주간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