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가톨릭에서 임종 때에 병자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 ‘착하게 살고 복되게 생을 마친다’는 뜻을 가진 선생복종(善生福終)에서 유래하였다. ‘선생복종’은 이탈리아 출신의 선교사 로벨리가 1652년 베이징(北京)에서 간행한 한문 교리서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에 들어 있는 말이다. ‘선생복종정로’는 일상 생활에서 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착하게 살다가 복되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이다.
‘선종’이란 말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였다. 그는 1849년 사제서품을 받아 한국 천주교 사상 2번째 신부가 됐고, 중국에서 가져온 한문 교리서를 번역해 보급하고 전교(傳敎)하는 데 온몸을 바쳤다. 착하게 살다 복되게 죽는 것이 영생을 예비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선종가(善終歌)’라는 노래를 직접 작사해 보급하기도 했다.
‘선종’이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말로 공식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80년이다. 당시 펠릭스 클레르 리델[1] 주교 등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제들이 최초의 한불(韓佛) 사전을 만들면서 ‘선종’을 수록해 이 말이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로 공식화했다. 명사로는 ‘선종’, 동사로는 ‘선종했다’ 또는 ‘선종하셨다’고 하면 된다.
‘요한 바오로 2세 선종’이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등의 기사를 통해 이 단어를 접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교우들이 사망했을 때도 선종이라는 표현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