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가지게 된 가장 큰 무기는 익명성입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실명을 사용하여 댓글, 덧글을 써야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신문 기사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들에 악의적인 글, 부정적인 글을 이름 없이 쓰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좋지 않은 글들을 올렸을 때 과연 그 마음은 편할까요?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한편으로는 누군가 하지 못한 말을 해 주어서 속이 시원할지도 모르지만 그 모습이 옳다고, 바른 행동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원과 정체성을 확실히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예수님께 자꾸 딴소리만 늘어놓습니다. 아직 자신의 이름이 불리움을 받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신원과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야!”하고 부르셨고 그 순간 늘 자신의 이름을 다정스럽고 사랑스럽게 불러주신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이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우리 사이의 관계도 서로를 알아보고 불러주는 것에서 시작되고 지속됩니다. 비록 지금은 서로에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시 만났을 때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우리는 한분이신 하느님 안에서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행해야 할 것은 세례를 통해 받은 성령으로 하느님을 부르고 그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관계 안에서 우리의 신앙은 굳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각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초대하시는 신앙에 기꺼운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각자 주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시고 당신의 사랑의 관계를 맺어주시기를 청해야 합니다. 또 그 사랑의 관계 안에서 우리가 행할 수 있는 신앙을 하느님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불러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소명이고 신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