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우리에게 목숨을 내어놓으신 그 큰 사랑의 신비가 드러났습니다.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십자가상의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의 승리 앞에 사도들은 기쁨에 넘쳐 소리칩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빈 무덤을 보았던 사도들과 사람들이 증언하고 외쳤듯이,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부활의 증인이 되어 외칩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부활을 향한 여정을 걸어오면서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였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들을 깊이 가슴에 새기면서 지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39) 예수님은 공생활 속에서 늘 사랑의 계명을 말씀하셨고, 삶 안에서도 보여주셨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 사랑을 본받아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자비로운 이들’(루카 6,36)이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모든 것은 인류 구원을 위한 것이었고, 이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인류 구원을 위한 사랑은 수난 전날 저녁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부탁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5) 그러면서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새 계명을 주십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예수님께서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처럼 십자가를 통한 사랑의 길을 보여주시고, 십자가상의 희생 제사를 통한 인류 구원을 몸소 행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인간의 눈에는 무기력하게 보이지만, 인류 구원을 위한 그분의 사랑과 희생이 악을 짓밟고 승리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목숨까지 내놓는 자기희생을 통한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할 힘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기에 예수님 부활은 사랑의 신비이고 자기희생의 승리입니다. 끝까지 인간을 사랑하는 것만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있는 힘임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이 죽음을 이기는 큰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그러기에 부활의 은총을 받아 그 증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활의 증인인 우리가 예수님처럼 끝까지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신 사랑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면, 세상의 그 어떤 가치도 부활의 신앙에 대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하신 것입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하여 이 몸을 아버지께 바치는 것은 이 사람들도 참으로 아버지께 자기 몸을 바치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공동번역) 부활을 보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은 주님처럼 모든 것을 내어놓는 사랑을 살아감으로써,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자기들을 위하여 돌아가셨다가 되살아나신 분을 위하여 살게’(2코린 5,15)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치유를 받았지만, 아직도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말할 수 없어, 그저 참고 견뎌야 했던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불편함과 답답함, 병에 대한 두려움, 질병의 고통,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이에 따른 대인관계의 어려움 속에서의 고통, 경제적 고통 등등.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않으면 이 고통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 분들이 있습니다. 방역 당국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 의료진들, 남몰래 도움을 주었던 많은 분들 등등, 이런 모든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질병의 고통에서 생명으로 나아가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희생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입니다. 자기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이 시련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갇혀 있었던 마음이 열리게 되고, 단절되었던 것처럼 느껴졌던 사회에 화합의 희망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생명을 낳게 합니다, 이런 희생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부활의 삶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에 며칠 만에 퍼져나갔습니다. 이제 인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지구가 ‘인류 공동의 집’임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몇몇 나라, 몇몇 지역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인간이 생각하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 출몰의 원인이 인간의 지나친 과욕 때문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무분별한 경제 발전, 경각심 없이 편리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지나친 소비 욕구들이 점차 우리가 사는 공동의 집을 허물어트리고 있습니다. 환경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헌신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세상과 자연을 위한 우리의 희생이, 허물어져 가는 환경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공동의 집인 지구에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환경 보호에 대해서도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희생과 불편함의 감수 없이, 우리는 깨끗한 세상을 후세에 물려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그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2020년 주님 부활 대축일 천주교 인천 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공지사항 : 사순시기동안 매일 새벽에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내일부터는 공동체 미사는 아니지만 평소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에 미사를 봉헌하겠습니다. 함께 하시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일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기도 안에서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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