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사순시기가 되면 ‘금주와 저녁 금식’을 합니다. 금주를 하는 이유는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사순시기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고 저녁 금식은 이웃을 위한 희생을 위해서입니다. 처음 한 주간은 상당히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잠을 설치기도 하고 조금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주, 한 주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사순시기의 끝에 다다릅니다. 항상 그 끝이 되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40일을 보내면 스스로도 건강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몸도 가벼워지고 활동하기도 수월해집니다. 우리 몸도 이렇게 반응을 하는데 우리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오늘 예수님께서는 38년을 앓던 병자를 한 마디로 고쳐주십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그는 몸도 마음도 모두 병든 상태였습니다.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았고 마음은 간절하였지만 어느 새 그 마음 안에 있던 열정마저 식어버려서 의지조차 모두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다시금 그의 몸과 마음에 의지를 심어주시기 위해 말씀하셨습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우리의 마음이 가진 신앙은 얼마나 건강한 상태일까요? 또 건강하다는 표현은 어떻게 측정이 가능할까요?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바라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인간적인 욕심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나쁜 것을 주거나 옳지 않은 것을 행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 신앙을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고 결정하기에 나쁘게 보이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유다인들의 말처럼 “오늘은 안식일이오. 들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라는 말은 율법이 우리의 신앙을 거짓되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 말입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율법이 전하는 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내 신앙에 얼마만큼의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그 사랑이 반향을 일으켜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행하는 일입니다.
그런 모습들이 우리를 진정으로 건강하게 하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가 율법에 얽매이기 보다는 주님께서 전하시는 사랑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