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가 들은 복음 말씀만으로는 부자가 그리 잘못한 것도, 라자로가 크게 잘한 일도 없는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부자는 그저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고 누렸을 뿐이고 라자로는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부자의 집 문간에 앉아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주워먹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하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우리의 삶에 있어 두 갈래 길을 제시합니다. 교리서 1696항은 이렇게 전합니다. “그리스도의 길은 “생명으로 이끌게”(마태 7,14) 하고, 그 반대의 길은 “멸망으로 이끌게”(마태 7,13) 한다. 복음서에 있는 두 길에 대한 비유는 교회의 교리 교육에서 늘 강조되고 있다. 이 비유는 우리가 구원받으려면 마음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길이 있는데, 하나는 생명의 길이고 하나는 죽음의 길이다. 그런데 두 길은 크게 다르다.”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멸망으로 이끄는 길’을 살아갑니다. 아브라함도 그것을 분명히 지적합니다.“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자신을 위해서만 쓴 부자는 하느님께서 주신 재산에 대한 올바른 관리와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점을 늘 상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부자처럼 재물과 재산이 많은 것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적 재물과 재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 올바로 사용하여 ‘생명으로 이끄는 길’로 나가가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무엇을 받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살펴봄으로써 나에게 주신 재능을 교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신앙의 삶이며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내가 내어놓으면 내어 놓을수록 우리의 신앙은 더욱 차고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고여있으면 결국에는 썩어 없어져 나조차도 쓸 수도 없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완고해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살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현세적 재물과 재산뿐만 아니라 영적 재물을 잘 활용함으로써 교회에 힘이 되고 신앙의 도움을 주는 삶이 되도록 살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