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주 후면 성령강림 대축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보호자이시며 협조자이시고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주시는 분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부터 9일간 묵상글은 성령의 열매 –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티아 5, 22) - 에 관해 한 가지 주제씩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지금 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성령의 열매는 무엇이고, 또 그 열매를 통해 우리 교회 안에서 하느님께 어떤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복음 말씀과 관련하여 인내에 대해 묵상해 보려 합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1 코린토 15,9)라고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처지를 고백합니다. 그가 지녔던 인간적인 신념과 행동이 분명 옳다고 생각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 신념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방향을 트는 모습은 바로 전환, 묵은 의도를 벗어버리는 행위였고 새로운 의도를 깨닫게 해 주신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 것입니다. 다분히 인간적인 생각과 행동은 하느님의 생각을 벗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적인 좋은 마음들이 움직이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틀어지면 나의 행동과 생각은 전혀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버립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생각에 나의 모든 것을 내어 맡기게 되면 그분의 뜻이 때로는 궁금증이 생겨날지라도 우리에게 더 밝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십니다. 그것이 인내의 시작입니다. 나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 인간적인 두려움에 베드로는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 신앙인이 아니라 칠삭동이 같은 신앙을 가진 모자란 모습이지만 “주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신앙의 모습이 필요한 것입니다. 신앙 안에 있는데 그 가치를 어떻게 순위나 크기로 매길 수 있겠습니까? 신앙을 생각하지 않기에 가치나 순위를 매기려고 하는 욕심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이고 그분의 제자들입니다. 못나고 두렵고 어렵다고 뒤로 물러서거나 돌아서는 모습이 아니라 주님께서 채워주시는 은총에 힘입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인내하는 신앙의 모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