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연중 제 23 주간 금요일2020-09-1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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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 말씀은 세 가지 간단한 비유를 담고 있습니다. 눈먼 이의 비유, 스승과 제자의 비유, 들보의 비유입니다. 서로 관련성은 있지만, 각각 다른 때에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한 곳에 모아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 가지 비유를 통해서 먼저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하십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눈 먼 사람은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빛이 없는 어두움에 머물러 있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바리사이 사람들을 가리켜 "눈먼 길잡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율법의 근본 정신을 팽개치고 세부 규정들을 만들어 백성을 잘못 인도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예수님은 소경의 눈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앞을 볼 수 있는 육체의 눈 뿐 아니라 영적인 시야를 밝혀 주셨습니다. 빛이신 그리스도께로 다른 사람을 인도하려면 먼저 내가 영적인 생활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파멸의 길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승과 제자의 비유 이야기도 같은 가르침의 내용입니다.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가르치려면 자기가 먼저 하느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참된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자주 묵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자기의 지식이나 앎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와 지식의 은혜를 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시는 분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이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 들보의 비유는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는 가르침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죄와 허물보다는 다른 사람의 죄와 허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살아갑니다. 이 비유는 다른 사람의 눈에 든 티를 보고 호들갑을 떨며 자기 눈은 깨끗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은 들보가 통째로 들어 있어서 제 앞도 가리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결점이 있습니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결점이 없지 않습니다. 요한 비안네 성인은 주님의 은혜로 자기 영혼의 상태를 환시로 보게 되었는데, 보고 나서 까무러쳤다고 합니다. 성인이 그러했다면 아직도 완덕에 이르지 못한 우리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최선의 인간에게도 많은 결점이 있고 최악의 인간에게도 좋은 점이 있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남에게 거울을 갖다 대는 이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사는 사람입니다. 나 자신을 잘 모르면 자꾸만 남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되고 남의 탓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위선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주님 앞에서 나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 지를 생각하며 주님의 은총을 구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